하나님의 땅, 하나님의 방식으로 누리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도 함께 말씀 앞에 나아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광야를 지나 이제 약속의 땅이 눈앞에 펼쳐진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구체적으로 땅의 경계를 알려주십니다. 민수기 34장 1절부터 15절까지의 말씀은 단지 지리적 정보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 어떻게 질서와 원칙 속에서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장면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도 하나님이 주신 삶의 자리에서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를 함께 배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약속의 땅, 하나님의 계획 속에 정해진 경계
본문을 읽어 봅시다. “여호와께서 가나안 땅에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들어가서 차지할 땅은 이러하니 곧 가나안 사방의 지역이라” (민수기 34:1-2). 하나님께서 직접 가나안 땅의 경계를 설정하시는 장면입니다. 남쪽 경계는 엘랏 근처의 싯 광야에서부터 시작되고, 동쪽은 사해와 요단강, 북쪽은 레보 하맛까지, 서쪽은 지중해에 이르는 매우 구체적인 지리적 설명이 이어집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이 차지할 땅을 임의로 주신 것이 아니라, 분명한 질서와 계획 가운데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그들의 믿음의 수준에 따라 주신 것도 아니고, 열정에 따라 더 넓혀주신 것도 아닙니다. 철저하게 하나님의 뜻에 따라 미리 정해진 땅을 기업으로 주신 것입니다.
히브리어 ‘경계’에 해당하는 단어는 ‘גְּבוּל’(gevul)입니다. 이 단어는 ‘경계선’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보호 영역’이라는 의미도 포함합니다. 즉, 하나님이 정하신 경계 안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한 보호 아래 있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경계는 억압이 아니라, 축복의 한계입니다.
우리는 종종 더 넓은 것을 원합니다. 내 인생의 지경이 더 확장되기를, 더 많은 것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먼저 경계를 주십니다. 하나님이 정하신 자리에서 만족하고 순종하는 것이 복의 시작입니다. 잠언 22장 28절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시죠. “네 선조가 세운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지니라.” 하나님의 백성은 그분이 정하신 질서를 존중하며 살아야 합니다.
분배 이전에 강조되는 공동체의 일체성
하나님은 경계를 설정하신 뒤에,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너희의 조상에게 준 땅을 이 경계 안에서 분배하여 기업이 되게 하라” (민수기 34:13). 이스라엘은 단순히 개인이나 지파가 원하는 대로 땅을 나눈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범위 안에서 공동체 전체가 함께 분배하는 구조였습니다.
이 구절에서 ‘기업’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נַחֲלָה’(nachalah)인데, 이는 ‘물려받은 유산’, ‘하나님의 소유’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단순한 재산이나 소유권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라 받은 삶의 자리’를 뜻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지금 있는 가정, 일터, 교회는 나의 선택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유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자리를 단순한 환경이 아니라, ‘하나님께 받은 기업’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에베소서 1장 11절도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
하나님은 공동체가 질서 안에서 기업을 분배하도록 하심으로, 이 땅이 하나님의 통치 안에 있음을 가르치십니다. 오늘날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질서 안에서 사역을 나누고, 직분을 맡고, 은사를 사용하는 것이 건강한 공동체의 기초입니다. 혼란은 대부분 경계를 무시하거나, 하나님의 분배 원칙을 무시할 때 발생합니다.
요단 동편, 다른 곳에 있지만 같은 은혜
본문 마지막 부분은 요단 동편의 기업에 대한 언급입니다. “여리고 맞은편 요단과 동쪽 해 돋는 쪽에서 기업을 받은 자들은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와 므낫세 반 지파라” (민수기 34:14-15). 이들은 요단강을 건너지 않고 동편에서 이미 기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들 역시 하나의 이스라엘로 동일하게 인정하십니다.
우리는 때때로 ‘주 흐름’에서 벗어난 사람을 무시하거나 이질적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시선은 다릅니다. 요단 서편이나 동편이나, 다 하나님의 백성이며 동일한 은혜 아래 있는 자들입니다. 비록 땅의 위치는 다르지만, 그들은 하나의 약속을 따르는 공동체입니다.
이것은 교회 안에서 매우 중요한 원리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배경, 다른 은사, 다른 위치에 있지만, 하나의 하나님, 하나의 복음, 하나의 소망 아래 있는 한 가족입니다. 고린도전서 12장 12절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임과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니라.”
하나님은 요단 동편을 받은 지파도, 서편을 받을 지파도 동일하게 ‘기업을 받은 자’로 불러주십니다. 이는 우리에게 진정한 연합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줍니다. ‘같은 장소’가 아니라, ‘같은 은혜’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진정한 하나됨의 본질입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땅, 내가 세우는 영적 경계
이제 질문 하나 던져봅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정하신 땅, 그 경계는 어디입니까?” 단지 공간이나 물리적 영역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의 범위, 소명의 영역, 사명의 지경입니다. 하나님은 아무렇게나 살게 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경계가 있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땅은 단지 차지하라고 주신 것이 아닙니다. 그 땅을 어떻게 관리하고, 누구의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자리에서 하나님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믿음입니다.
시편 16편 6절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게 줄로 재어준 구역은 아름다운 곳에 있음이여 나의 기업이 실로 아름답도다.” 여기서 ‘줄’은 경계선입니다. 하나님이 우리 인생에 경계를 정해주셨고, 그 경계 안에서 우리는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언제나 더 넓은 경계를 꿈꾸며 삽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이 정하신 경계 안에서 충실하기를 원하십니다. 거기서 우리가 감사하고, 말씀을 따라 살며, 공동체와 함께 은혜를 나누는 것. 그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삶입니다.
결론 정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민수기 34장 1절부터 15절까지는 단순한 땅의 지리적 경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의 질서이고, 공동체의 유산이며, 믿음의 실천이 펼쳐질 삶의 자리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각자에게 기업을 주셨고, 그 경계 안에서 충실하게 살아가길 원하십니다.
경계를 넘지 마십시오. 그러나 경계 안에서 움츠러들지도 마십시오. 하나님이 주신 자리를 하나님의 방식대로 살아내는 것이 진정한 복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줄 땅은 이러하니… 너는 그 안에서 나의 백성으로 살아라.”
이 시간 함께 고백합시다. “주님, 제게 주신 자리에 감사하며, 그 경계 안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살게 하소서. 넓은 것이 아니라, 거룩한 것이 저의 기쁨이 되게 하소서.”
그렇게 사는 자에게 하나님은 그 땅을 지키시고, 그 기업을 영원히 보장하실 줄 믿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