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동역자를 위한 기업, 레위인을 위한 성읍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도 하나님의 말씀 앞에 함께 서게 됨을 감사드립니다. 민수기 35장 1절부터 8절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가 기업을 분배받는 장면 가운데 특별한 예외를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레위 지파에 대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레위인들에게는 땅을 유산으로 주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그들에게는 성읍들과 목초지를 각 지파로부터 받아 거하게 하셨습니다. 오늘 이 본문은 단지 행정적인 분배 규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 예배와 말씀을 맡은 자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님의 질서요 은혜의 구조입니다.
예배를 위한 거룩한 공간의 제공(민수기 35:1-3)
본문을 읽어 봅시다. “여호와께서 요단 평지 모압 땅에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그들이 레위인에게 기업으로 주어 거하게 할 성읍을 그들의 기업에서 주게 하고…” (민수기 35:1-2). 여기서 하나님은 땅을 분배받은 이스라엘 각 지파가 자신들의 몫에서 레위인들에게 일정한 분량의 성읍과 목초지를 떼어 줄 것을 명령하십니다.
왜 레위인들에게는 땅을 직접 주지 않으셨을까요? 그 이유는 신명기 10장 9절에 잘 나와 있습니다. "레위는 자기 형제 중에 분깃이나 기업이 없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에게 말씀하신 같이 여호와가 그의 기업이시니라." 하나님 자신이 레위인의 기업이 되셨습니다. 이것은 특권이며 동시에 사명입니다. 그들은 온전히 하나님의 일을 맡은 자들로서 예배, 제사, 율법 교육, 영적 지도 등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입니다.
이 역할을 감당하려면 그들이 안정적으로 거할 공간, 곧 성읍과 목초지가 필요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공동체는 사명을 위한 현실적인 필요를 채우는 데 책임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도 고린도전서 9장에서 "복음을 전하는 자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고린도전서 9:14)고 말씀했지요. 오늘날 교회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말씀과 기도, 예배를 맡은 이들을 위한 공동체적 돌봄이 필요합니다.
목초지는 단순한 생계가 아니라 사명의 유지 장치(민수기 35:4-5)
하나님께서 명하신 레위인의 성읍 주변에는 일정한 거리의 목초지를 주라고 하셨습니다. "성읍 주위의 목초지를 성읍에서 밖으로 사방 천 규빗을 측량할 것이요…" (민수기 35:4-5). 여기서 '규빗'(히브리어: אַמָּה, "ammah")은 팔꿈치에서 손끝까지의 길이로 약 45cm 정도입니다. 사방 천 규빗은 약 450m로 상당히 넓은 범위입니다.
이 목초지는 단지 짐승을 키우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레위인들의 생계뿐 아니라, 제사에 필요한 짐승들을 돌보는 사역 공간이며, 교육과 상담, 심방과 기도의 거점 역할을 감당하는 영적 중심 공간이었습니다. 이 목초지는 하나님의 사역자들이 그들의 사명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도록 공동체가 지원한 구체적인 장치였습니다. 다시 말해, 이 목초지는 하나님 나라의 사역 기반이었으며, 오늘날 교회 사역의 공간과 역할과도 같은 개념입니다.
기업은 분배받은 자들의 책임으로 나누어지는 은혜(민수기 35:6-7)
하나님은 이 성읍들을 단지 땅의 소유권으로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구속사의 흐름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스라엘 가운데 이루기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너희가 레위인에게 줄 성읍 중 여섯은 도피성이 되게 하여 살인자를 그리로 도피하게 하고 그 외에 마흔두 성읍을 더하라” (민수기 35:6). 이 여섯 도피성의 설정은 단순한 제도적 안전망을 넘어, 하나님의 정의와 자비를 동시에 담는 구조입니다.
도피성(히브리어: מִקְלָט, "miqlat")은 보호소, 피난처라는 뜻인데, 이 제도는 고의가 아닌 과실치사자에게 생명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하나님의 자비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도피성이 바로 레위인의 성읍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레위인들은 단지 예배만을 드리는 자들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생명을 보호하고, 분쟁을 중재하며, 영적 회복의 거점이 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 교회의 역할과 닮아 있습니다. 교회는 단지 예배를 드리는 장소가 아니라, 상처받은 이들이 도피할 수 있는 영적 피난처여야 하며, 죄로 인해 무너진 자들을 다시 회복시키는 치유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 중심에 레위인, 곧 오늘날 목회자와 영적 리더들이 있는 것입니다.
누구도 예외 없는 책임, 사명을 위한 공동 분담(민수기 35:8)
8절 말씀을 봅시다. “너희가 이스라엘 자손의 기업에서 레위인에게 줄 성읍은 많이 받은 자에게서 많이 취하고 적게 받은 자에게서 적게 취하되, 각기 받은 기업을 따라서 그의 성읍을 레위인에게 줄지니라.” 이것은 하나님의 형평성의 원칙을 잘 보여줍니다.
많이 받은 자는 많이 나누고, 적게 받은 자는 적게 나눈다—이 원리는 신약의 고린도후서 8장 13-14절에도 나타납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을 평안하게 하고 너희는 곤고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균등하게 하려 함이라. 이제 너희의 유여한 것으로 저희의 부족함을 보충하여, 후에 저희의 유여한 것으로 너희의 부족한 것을 보충하게 하려 함이라.”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결코 ‘나만 잘 살자’는 태도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여 살아가는 공동체적 구조가 바로 하나님이 의도하신 은혜의 질서입니다.
그리고 이 원칙이 적용된 대상이 레위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사명을 감당하는 자들을 위해 공동체가 책임을 다하는 구조를 하나님은 원하셨습니다. 이는 단지 재정적 문제나 행정적 문제가 아니라, 영적 구조입니다. 우리가 교회 안에서 사역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물질로 돕고 그들을 존중하는 일은, 곧 하나님의 나라를 건강하게 세우는 거룩한 섬김이 됩니다.
결론 정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본 민수기 35장 1절부터 8절까지의 말씀은 단지 과거의 땅 분배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방식, 곧 하나님께서 공동체 안에 주신 사명 분배의 원리요, 영적 구조의 기초입니다. 하나님은 예배와 말씀을 맡은 레위인들을 위해 거처와 삶의 기반을 마련하게 하셨고, 그것을 온 공동체가 함께 감당하게 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사명자들이 온전히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우리가 기도하고 물질로 돕고, 또 그들을 존중하며 함께 걸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각자도 하나님이 주신 자리를 잘 감당하며, 나눔과 협력으로 교회를 세워가는 주님의 일꾼이 되어야 할 줄 믿습니다.
이 시간 이렇게 기도합시다. “주님, 하나님의 사명자들이 온전히 일할 수 있도록 저도 나눔과 헌신으로 동역하게 하소서.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자라가게 하소서.”
하나님은 오늘도 레위인을 세우시고, 그들을 통해 우리의 공동체를 하나님의 나라로 세워가십니다. 그 부르심에 함께 동참하는 여러분 되시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