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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모음

생명의삶 큐티, 민수기 32 : 16~27

by προφήτης 2025.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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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앞에서의 진심, 믿음의 서약으로 응답하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도 말씀 앞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오늘 본문인 민수기 32장 16절부터 27절까지는 하나님의 뜻과 인간의 뜻이 충돌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순종으로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귀한 본문입니다. 겉으로는 단순한 땅의 요구와 군사적 약속의 대화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하나님 나라 공동체가 지녀야 할 진심, 약속의 책임, 그리고 믿음의 본질이 녹아 있습니다.

말로만이 아닌 진심으로 순종을 고백할 때

르우벤과 갓 자손은 요단 동편 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모세의 질책을 받습니다. 그들은 자기들만의 안정을 추구한 것처럼 보였고, 공동체 전체의 약속을 경시하는 태도로 비쳤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는 그들의 입장이 달라집니다. 그들은 먼저 말합니다. “우리가 이 곳에 우리 어린아이들과 아내와 양 떼와 모든 가축을 두고 길르앗 성읍에 우리를 위하여 우리 양식을 예비하고…” (민수기 32:16). 그들은 자신들의 가족과 재산을 이곳에 남겨두고, 자신들은 무장하고 요단을 건너 이스라엘 형제들과 함께 싸우겠다고 약속합니다.

이 장면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이전에는 이기적인 선택처럼 보였던 결정이 이제는 공동체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이들의 진심이 말로만이 아닌 실천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무장하고’ 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חָלוּצִים’(chalutsim)인데, 이는 ‘앞장서서 나아가는 자들’을 의미합니다. 즉, 단지 참여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쟁의 선두에 서겠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믿음은 언제나 말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야고보서 2:17)고 말씀하지요. 믿음은 행동으로 열매를 맺고, 공동체 속에서 책임을 지며 살아 움직입니다.

공동체를 위한 책임의 영성

이 본문에서 특히 강조되는 것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결단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무장하고 이스라엘 자손을 인도하여 그들을 그 처소에 이르게 하기까지 이스라엘 자손과 함께 전쟁에 참여하되 이 땅에서 우리에게 기업을 주지 아니하셔도 좋사오니” (민수기 32:17).

이 말은 매우 인상 깊습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유익만을 구하지 않고, 약속의 땅에 들어갈 다른 지파들을 위해 먼저 싸우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들이 진정한 영적 공동체의 책임을 감당하기로 결단한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전쟁에 참여하다’인데, 히브리어 원문은 ‘לַחֲמָה’(lachamah)라는 단어로, 단순히 싸운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투에 헌신하다’는 뉘앙스를 가집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서 매우 중요한 원리입니다. 교회는 각자의 유익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싸워주고, 함께 짐을 지며, 서로의 영적 성장을 위해 헌신하는 자리입니다. 갈라디아서 6장 2절에서 바울은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 말씀합니다. 믿음의 공동체는 서로의 구원을 위해 헌신하는 공동체입니다.

하나님 앞에서의 조건 없는 헌신

모세는 그들의 말을 듣고 다시금 그들의 서약을 확인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가 이 일을 행하여 무장하고 여호와 앞에서 싸우러 가되… 그 땅이 여호와 앞에서 정복되거든… 너희는 여호와 앞에서 무죄하리니 이 땅이 너희의 기업이 될 것이라” (민수기 32:20-22). 여기서 반복되는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여호와 앞에서”입니다.

히브리어로 이 표현은 ‘לִפְנֵי יְהוָה’(lifne YHWH)로, 하나님 앞에서, 즉 하나님의 면전에서, 하나님의 심판과 인도하심 앞에서 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단순한 형식적 표현이 아닙니다. 이는 모든 헌신과 순종이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드러날 일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 신학적 표현입니다.

모세는 단지 전쟁에 참여하는지를 보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의 중심이 하나님 앞에 바르게 서 있는지를 분별했습니다. 결국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형식적 충성’이 아니라 ‘존재적 헌신’입니다. 우리의 예배, 우리의 봉사, 우리의 결단은 모두 ‘여호와 앞에서’ 행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사람 앞에서 드러나는 신앙을 유지하려 애쓰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믿음은 하나님 앞에서 조용히, 깊이, 묵직하게 자라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산상수훈에서 “너희는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를 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하셨습니다 (마태복음 6:1). 하나님 앞에서의 경건이 진정한 경건입니다.

믿음의 약속은 언약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본문 후반부로 가면, 모세는 그들의 서약을 공식화합니다. 그는 엘르아살 제사장과 여호수아, 각 지파의 족장들에게 그 내용을 전하며 법적이고 공적인 약속으로 남기도록 합니다. “모세가 그들에 대하여 제사장 엘르아살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자손의 족장들에게 명령하니라” (민수기 32:28). 이는 단순한 구두약속을 넘어서, 언약의 차원으로 승화된 행위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 ‘언약의 언어’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성경 전체는 하나님과 그의 백성 사이의 언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믿음이란 감정의 고백이 아니라, 언약에 대한 책임 있는 응답입니다. 이스라엘은 시내산 언약 앞에서 ‘우리가 준행하리이다’라고 대답했고 (출애굽기 24:7), 신약의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맺어진 새 언약 안에서 살아갑니다 (누가복음 22:20).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 앞에서 믿음으로 반응할 때, 항상 ‘책임’을 함께 져야 합니다. 아무리 거룩한 말이라 해도 실천이 없다면, 그것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헌신은, 약속을 언약으로 삼고, 실천으로 보여줄 때 비로소 신앙의 열매를 맺습니다.

결론 정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민수기 32장 16절부터 27절까지의 말씀은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자세로 서 있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가르쳐줍니다. 요단 동편에 머무르겠다고 말한 이들의 모습은 처음에는 이기적으로 보였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하나님의 뜻 앞에 무릎 꿇었을 때, 그들의 선택은 믿음의 결단으로 바뀌었습니다.

신앙이란 말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약속 앞에서의 실천, 공동체 앞에서의 책임, 하나님 앞에서의 진심이 합쳐질 때,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믿음이 됩니다. 오늘도 우리가 내리는 모든 선택이 ‘여호와 앞에서’ 드러나기를 소망합니다.

이 시간 우리 모두가 고백합시다. “주님, 저의 신앙이 말이 아니라 헌신으로 드러나게 하시고, 저의 결단이 공동체를 살리는 책임 있는 순종으로 이어지게 하소서.” 그 고백 위에 하나님께서 오늘도 충만한 은혜로 함께하실 줄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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