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삶 큐티, 민수기 33:38~56
거룩한 땅에 들어서기 전, 영혼을 정결케 하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도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약속의 땅 문턱에 도달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지침을 주셨습니다. 민수기 33장 38절부터 56절까지는 단순한 마지막 여정의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과 거룩한 삶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선포하는 말씀입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우리 삶의 자리도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거룩한 땅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론의 죽음, 세대의 교체와 영적 계승
본문을 읽어 봅시다. “제사장 아론은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호르산에 올라가 거기서 죽었으며, 때는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지 사십 년 되던 해 오월 곧 그 달 첫째 날이었더라” (민수기 33:38). 여기서 우리는 먼저 아론의 죽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제사장으로서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광야를 걸어온 아론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생을 마칩니다.
하나님은 왜 그의 죽음을 굳이 이 시점에서, 노정의 끝자락에 기록하셨을까요? 그것은 세대의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 위한 신학적 전환이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어로 ‘죽었다’는 말은 ‘מות’(mût)인데, 단순한 생명 종결을 넘어, 사명이 다한 종의 마침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이제 모세와 아론의 시대는 저물고, 여호수아와 엘르아살의 시대가 열립니다. 신앙의 공동체는 늘 이렇게 계승과 전환 속에서 이어져왔습니다. 이 장면은 단지 죽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새로운 질서와 리더십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입니다.
이것을 우리 삶에 적용하면 어떨까요? 우리도 신앙의 자리에서 다음 세대를 세우고, 사명의 계승을 준비해야 합니다. 복음은 한 세대의 소유가 아닙니다. 그것은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할 영적 유산입니다. 디모데후서 2장 2절에서 바울은 이렇게 권면합니다.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 아론의 죽음은 바로 이 계승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가나안 땅 경계 앞에서 듣는 하나님의 경고
이제 본문은 약속의 땅 경계에 도착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이어집니다. “여호와께서 가나안 땅에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요단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거든 그 땅의 모든 거주민을 너희 앞에서 몰아내고” (민수기 33:50-52).
하나님은 이제 땅을 주시겠다고 하시면서, 동시에 매우 중요한 조건을 덧붙이십니다. 바로 “그 땅의 모든 우상과 주상을 깨뜨리고, 산당을 훼파하라”는 명령입니다. 가나안 땅은 단지 풍요의 땅이 아니라, 거룩함을 요구받는 장소입니다. 하나님이 임재하실 성소가 세워질 땅이며, 하나님의 이름이 머물 집이 될 곳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몰아내다’라는 표현은 히브리어 ‘yarash’(יָרַשׁ)인데, 단순히 쫓아낸다는 개념을 넘어서 ‘영토를 정복하고 소유하다’는 적극적인 정복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백성이 약속의 땅을 기업으로 받기 위해서는, 먼저 죄와 우상을 몰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 말씀을 오늘 우리 마음에 적용해 보십시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의 자리가 있을 때, 우리는 그 안에 남아 있는 죄의 흔적과 타협의 요소들을 철저히 제거해야 합니다. 거룩한 땅은 거룩한 백성이 거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에베소서 5장 11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는 열매 없는 어둠의 일에 참여하지 말고 도리어 책망하라.” 믿음은 비워낸 자리에 임하시는 하나님의 통치입니다.
남겨둔 죄는 미래의 가시가 된다
하나님은 경고하십니다. “너희가 만일 그 땅의 거민을 너희 앞에서 몰아내지 아니하면 너희가 남겨둔 자들이 너희 눈의 가시와 너희 옆구리의 찌르는 것이 되어 너희가 거하는 땅에서 너희를 괴롭게 할 것이요” (민수기 33:55).
하나님은 매우 현실적으로, 그리고 심각하게 말씀하십니다. 남겨진 죄는 반드시 자라나며, 우리의 영혼을 괴롭히는 가시가 될 것입니다. 여기서 ‘가시’(סִכִּים, siqqim)는 고통을 주는 요소, 제거되지 않은 불순물이라는 뜻이고, ‘찌르는 것’(צְנִינִים, tsninim)은 지속적으로 마음과 관계를 해치는 고통의 상징입니다.
오늘 우리 삶에도 이런 ‘남겨진 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말씀 앞에서 내려놓지 못한 교만, 해결되지 않은 미움, 버리지 못한 세속의 습관들. 처음엔 작은 불씨처럼 보여도, 그것은 언젠가 믿음의 길을 막는 장애물이 됩니다.
사울왕이 아말렉을 진멸하라는 명령을 끝까지 순종하지 않았을 때, 남겨둔 아각과 전리품은 결국 그의 몰락의 원인이 되었습니다(사무엘상 15:9-23). 남겨둔 불순종은 결국 심판을 초래합니다. 그래서 본문 마지막 절에서도 이렇게 경고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행하기로 내가 너희에게 계획한 것을 너희에게 행하리라” (민수기 33:56).
이 말씀은 무서운 진리입니다. 하나님은 공의로우신 분이시기에, 우리가 순종하지 않으면, 우리가 계획한 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이 경고하신 대로 그 결과를 감당하게 하십니다.
하나님의 땅,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의 방식
본문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가나안 땅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땅이지만, 하나님의 방식대로 정결하게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미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땅은 단순한 유산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 안에서 ‘거룩하게 살아가야 할 자리’였습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누리는 모든 것들, 가정이든 일터든 교회든, 그것은 하나님께서 맡기신 ‘거룩한 땅’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야 하며, 그 땅을 하나님의 통치로 채워가야 합니다.
히브리서 12장 14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거룩함을 따르라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하리라.” 하나님은 거룩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누리기 원한다면, 반드시 거룩을 따라야 합니다.
결론 정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민수기 33장 38절부터 56절까지의 말씀은 단지 이스라엘이 땅을 정복하기 직전의 지침이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을 회복시키고, 거룩한 삶의 기준을 세우는 말씀입니다. 아론의 죽음으로 세대는 바뀌었고, 새로운 리더십이 서고, 약속의 땅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땅이 거룩한 땅임을 선포하시며, 철저한 정결을 명령하십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도 하나님은 땅을 주십니다. 그 땅은 사명의 자리, 은혜의 자리, 그리고 거룩을 살아내야 할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 세상의 가치관이나 죄의 잔재가 남아 있어선 안 됩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을 몰아내라. 그들의 우상을 깨뜨려라. 내가 주는 땅은 나의 거룩한 땅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고백합시다. “주님, 주시는 은혜의 땅에서 주님의 거룩함을 실현하며 살게 하소서. 죄와 타협하지 않게 하시고, 정결함으로 주님의 통치를 이뤄가게 하소서.”
주님께서 그 땅을 우리에게 맡기셨고, 그 땅 위에 하나님 나라가 세워질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