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삶 큐티, 민수기 33:1~37
광야 길 위에서 기록된 하나님의 은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도 말씀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인생의 여정 속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고난의 무게보다 하나님의 은혜의 발자취입니다. 민수기 33장 1절부터 37절까지는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후 광야를 지나며 지나온 모든 장소를 기록한 말씀입니다. 단순한 지명 나열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말씀 속에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그 백성을 인도하셨는지, 그리고 그 기억을 왜 우리에게 남기셨는지에 대한 깊은 구속사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우리 인생의 광야도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붙잡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여정의 기억은 곧 은혜의 기록입니다
본문을 읽어 봅시다.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그들의 군대대로 나올 때에 모세와 아론이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그 노정대로 기록한 것이라” (민수기 33:2). 자,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기록’입니다. 히브리어로 ‘기록하다’는 ‘כָּתַב’(katav)라는 단어인데, 이는 단순히 메모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후대에 전할 목적을 가진 ‘증언의 기록’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왜 이스라엘 백성이 지나온 장소 하나하나를 이렇게 자세히 기록하게 하셨을까요? 이유는 분명합니다. 단지 지리적인 경로를 알려주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고난이 지나가면 잊어버립니다. 은혜를 받고도 익숙해지면 감사가 사라지죠. 그래서 하나님은 은혜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 광야의 걸음을 기록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인도하셨는지(출애굽기 13:21), 어떻게 만나와 메추라기로 먹이셨는지를 잊지 않게 하려는 하나님의 배려인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 인생의 노정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하나님의 손길을 받았습니까? 그것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믿음의 삶입니다. 다윗도 시편 103편에서 이렇게 고백하죠.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의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 (시편 103:2).
이동의 목적은 훈련이 아니라 형성입니다
본문에서 1절부터 37절까지는 무려 40개 가까운 지명이 등장합니다. 루암셋에서 시작해, 숩광야, 에담, 믹돌, 마라, 엘림, 신 광야, 르비딤, 시내산, 가데스 등, 각각의 장소는 단순한 숙영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새롭게 빚어낸 자리였습니다.
예를 들어 마라는 쓴 물을 만났던 장소입니다. 그들은 원망했지만, 하나님은 그 쓴 물을 단물로 바꾸셨습니다(출애굽기 15:23-25). 엘림은 열두 샘과 종려나무 일흔 그루가 있던 쉼터였고, 시내산은 하나님과의 언약이 체결된 영적 산실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장소를 통해 백성을 훈련하셨고, 그 훈련을 통해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셨습니다. 그래서 광야는 단순한 고난의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의 손에 빚어진 형성의 장소입니다. 히브리어로 ‘광야’는 ‘미드바르’(מִדְבָּר)인데, 이는 ‘말씀하다’라는 동사 ‘다바르’(דָּבַר)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즉, 광야는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장소입니다.
하나님은 광야에서 말씀하셨고, 그 말씀으로 백성을 다시 빚어내셨습니다. 그래서 광야는 죽음의 땅이 아니라, 탄생의 땅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그 거룩한 장소였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통과하는 시련과 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은 그 자리를 통해 우리를 다시 빚으십니다. 우리의 성품을 새롭게 하시고, 믿음의 뿌리를 더 깊이 내리게 하십니다. 그래서 고린도후서 4장 17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우리가 잠시 받는 환난의 경한 것이 지극히 크고 영원한 영광의 중한 것을 우리에게 이루게 함이니.”
하나님이 인도하신다는 증거로 남겨진 장소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본문에서 자주 반복되는 표현입니다. “그들이 떠나… 진을 치고”, “거기서 떠나… 진을 치고”라는 문장이 거의 모든 절마다 반복됩니다. 이 반복은 지루한 표현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의 삶의 리듬이자, 하나님과의 관계 패턴을 보여주는 중요한 구조입니다.
그들은 자의로 떠난 것이 아니라,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떠난 것입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매 이동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구름기둥이 떠오르면 그들도 떠났고, 멈추면 그들도 멈췄습니다(민수기 9:17-23). 이처럼 믿음의 삶은 자신의 결정이나 취향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움직이는 여정입니다.
이 말씀을 우리의 삶에 적용해 봅시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내 판단과 환경, 계산으로 인생을 결정합니까? 그러나 믿음은 그 반대입니다. 하나님의 구름기둥이 움직이는가, 그분의 말씀이 내 마음을 흔드는가, 그것에 순종하며 사는 삶이 참된 성도의 삶입니다.
그래서 잠언 3장 5-6절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이스라엘의 길은 하나님이 지도하셨습니다. 우리의 인생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혜를 기억하는 것이 곧 믿음을 지키는 길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본문에서 반드시 붙잡아야 할 메시지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기억하라’는 명령입니다. 모세는 광야 여정을 모두 정리하면서 이 말씀을 남깁니다. “이는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그 노정대로 기록한 것이라” (민수기 33:2). 기록은 기억을 위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기억은 신앙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왜 신앙에서 멀어질까요? 왜 처음의 감격을 잊을까요? 그것은 ‘기억’을 게을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반복해서 말합니다. “기억하라.” “잊지 말라.” “다시 생각하라.” 심지어 예수님도 최후의 만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너희가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누가복음 22:19).
기억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삶의 중심을 다시 정렬하는 신앙적 행위입니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떠올릴 때, 우리는 현재를 믿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두려움 없이 맞이할 수 있습니다.
신명기 8장 2절에서도 모세는 이렇게 말합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광야는 은혜를 기억하는 장소이며, 그 기억이 바로 믿음의 자산이 됩니다.
결론 정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민수기 33장 1절부터 37절까지의 말씀은 단순한 장소의 나열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의 여정을 조목조목 기록한 ‘믿음의 역사서’입니다. 그 안에는 하나님의 세밀하신 인도하심과, 광야에서 빚어지는 백성의 정체성,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을 붙잡아 살아가야 하는 신앙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도 수많은 ‘광야의 지명’이 있습니다. 고통의 자리, 감사의 자리, 전환점의 자리… 하나님은 그 모든 곳에 함께하셨고, 지금도 함께하십니다. 우리가 그 길들을 잊지 않고, 말씀 앞에서 기억하며 살아갈 때, 하나님은 우리 인생의 길을 은혜로 마무리하시고,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이 시간 함께 기도합시다. “주님, 제 인생의 광야 여정 속에 당신의 은혜가 새겨졌음을 기억하게 하시고, 그 기억을 통해 더욱 신실하게 살아가게 하소서.”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잊지 않으셨고, 당신도 하나님을 잊지 않는 자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아멘.